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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무런 표정도 눈빛도 주지 못하고 그렇게 누워만 있었다. 그의 고른 숨소리만이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천여랑은 그런 초일의 모습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죽…지 마!!”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완벽한 어둠 속에 누군가 일어났다. 헝클어진 긴 흑

발과 검은 흑의를 입은 초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초일은

주위를 둘러보다 앞으로 걸었다.보이는 것은 어둠이었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그 공간에서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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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을 선택해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흐릿한 모습으로

싸우는 두 인영이 보였다. 초일은 발걸음을 빨리했다.그곳에는 건장한 청년과 이제 십오 세

가량의 소년이 싸우고 있었다. 처음에 청년은 소년이 휘두르는 장검을 이리저리 피하며 맨

손으로 상대했지만 소년의 검이 날카로워지자 검을 들었다.그때부터 소년의 몸에 조금씩 상

처가 생겼다. 청년은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 꼬마의 몸 구석구석에 상처를 냈다.

아주 조금씩 말이다. 소년은 자신이 조롱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상처가 생겨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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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청년은 꼬마를 가지고 놀다 싫증이 난다는 얼굴로 꼬마의 심장을 향

해 빠르게 검을 찔러 갔다.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검을

막았다. 검이 소년의 손바닥을 뚫자 청년은 약간 놀란 얼굴을 했다.하지만 소년의 다음 동작

에 눈을 부릅떴다. 소년은 자신의 손을 앞으로 밀며 손바닥을 뚫고 나온 검신을 타고 검의 손

잡이와 함께 청년의 손까지 잡았다.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얼굴로 잡아 간 것이다.그리

고 놀라는 청년의 목을 향해 검을 쑤셔 박았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떨림이 전해지며 청년의

목을 타고 흐르는 검붉은 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청년은 떨리는 눈길로 소년을 향해

어떤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리자, 피가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소년은 잔인하게 죽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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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모습에도 아무런 변화 없는 얼굴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잔인하리만큼 냉정한 눈빛

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이 쓰러지자 소년은 자신의 왼손의 손등을 뚫고 나

온 청년의 검을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뺐다.검신이 빠지며 고통이 따르련만 소

년의 얼굴에는 아무런 고통도 읽을 수 없었다. 단지 검이 다 나오며 튀는 핏물에 약간의 눈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