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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신교의 상징 같은 존재인 것이다. 악중패 역시 그녀를 손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일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노미림은 많은 번뇌에 싸여 있었다. 원

한은 해결되었으나 알 수 없는 슬픔이 가슴을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십 년 동안 가끔 만

던 혈류방의 사람들도 불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얼굴을 처음으로 본 외가의 사람들

도 불길에 사라져갔다.노미림은 견디기 힘든 심적 충격과 무거운 마음에 이곳을 빨리 벗

어나고 싶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남궁우 등을 지나쳐 갔다.노미림 등이

지나쳐 가도 남궁우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놀란 눈으로 그들이 지나치기를 기

다렸다. 평소에 말이 많던 우운비조차 입을 열지 못했다. 입을 열면 바로 무언가가 날아

올 것 같은 긴장감이 전신을 조였기 때문이다.노미림은 남궁우 등을 지날 때 자신도 모르

게 남궁우와 남궁미미를 바라보았다. 다정하게 보이는 그 모습이 그림처럼 그녀의 머릿

속에 들어왔다. 서로를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노미림은 알 수 없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다.노미림은 자신이 정에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족

이라는 이름의 테두리가 그리워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미림은 그들에게 죄인

이었다.원한은 갚았어도 남은 사람에게는 죄인으로 남았다. 원한을 갚기 전에는 이렇

게 심한 번뇌와 고통이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노미림은 남궁우와 남궁

미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피를 나눈 친척이라는 인연의 끈도 끊어질 것이며

그들은 자신을 보면 원수처럼 대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자 마음이 저려 왔다.”그만 할

것이오?”초일의 머리에는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아니 그의

눈에는 오직 악중패의 모습만이 보였다. 다른 누구의 모습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

다. 오직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악중패가 초일의 옆을

지나치자 초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했다. 악중패는 걸음을 옮기다 멈추고 초일을

바라보았다.”너는 세상의 진리를 아느냐?”초일은 갑자기 악중패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자 약간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전신의 모든 신경과 세포들은 악중패의 전신

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 초일을 바라보던 악중패는 슬쩍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나무

는 부러지지만 갈대는 흔들리네, 이것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 중의 하나일세.”

그렇게 말을 한 악중패는 서슴없이 등을 보였다. 초일은 아무런 동작을 취할 수 없었다.

초일은 그들의 모습이 멀어져가자 천천히 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