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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이자 천적이었다. 내게는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위대한 적이었다.달성감은 없다. 큰 원망
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내가 안도와 동시에 조금의 쓸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살아남은
건 나다. 나를 속박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센리들은, 종언 기사단들은 소모했다. 하지만, 공격할
생각은 없다.소모가 심했던 건지, 갑자기 실이 끊긴 것처럼 센리가 쓰러진다. 그것을 동료 중 한
명이 받치고, 기가 막힌다는 미소를 짓는다.동료들의 유무. 로드와 센리들의 큰 차이는 그것일
것이다.로드에게는 부하가 있어도 동료는 없었다. 만일 로드에게 동료가 있었다면, 전국은 어떻
게 달라졌을까――.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로드는 전력을 다해서,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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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리고 진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종언 기사 중 한 명이 로드가 남긴 지팡이를
집어들고, 주저 없이 두동강내서 빛으로 태운다.동료들에게 기대어, 센리 일행은 저택이 있던 곳
을 떠난다.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그것을 지켜봤다.그녀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아무도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무에서 뛰어내린다.몇 시간 동안 가만히 나무 위에만 있었으니
몸이 약간 굳은 것 같다. 크게 기지개를 키고 나는 저택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저택은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지붕이나 벽은 잔해로 변하고, 언데드의 기척도 생자의 기척도 없다.아니, 만
일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여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이곳은 사령 마술사(네크로맨서)의
거점이다.종언 기사들은 일단 물러났지만, 체력을 되찾으면 내일이라도 저택의 뒤처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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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올 것이다. 옛날이야기에서 사령 마술사(네크로맨서)의 아지트는 흔히 불에 타 없어졌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구울이다. 사치는 부리지 않고, 어떤 생활이든 생전보
다는 더 낫기 때문에, 생고기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을 자신이 있다.일반적인 언데드와 달리
사람을 덮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유일하게
정해진 것은, 바로 이 숲을 벗어나는 것이다. 종언 기사들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없다. 만일 들
킨다면, 죽음은 면할 수 없다.하지만, 도망치기 전에 나에겐 남겨진 약속이 있었다.루우의
, 원래 복도가 있던 곳의 잔해더미 밑에 묻혀 있었다.기적적으로 시체에 큰 손상은 없었다. 가
슴에 꽂힌, 어둠을 정화하는 은화살이 사인일 것이다.입술에서 새어 나온 피를 닦아준다. 그
얼굴은 온화하고, 마치 그저 잠든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