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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의 물음에 장항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때는 내가 일이 있어 그런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일
이 있다 하여도 걸음을 옮길 수가 없어. 처음 자네가 나에게 찾아와서 동생의 행방을 물었을 때, 일이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 설마 그녀가…, 그녀가 자네를 이렇게 만들 줄이야. 나는 자네에게 사
과하고 함께 있고 싶네.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야.”장항의 말에 초일은 장항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 전에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그의 정의로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구잔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개방의 거지도 같이 있을 생각인가?””거지가 어디 가겠소? 나는 그래도 거지 중에 상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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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 사람들에게 듣는 소리가 많은데 이렇게 천왕성이 치졸한 곳인 줄 몰랐소.”구잔월의 물음에 장항
이 말하자 구잔월의 입가에 음침한 미소가 어렸다. 장항의 말에는 무림맹과 천왕성이 계획적으로 무고
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에 대해 책망하고 있었다. 물론 구잔월은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개방
과 은원(恩怨)을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네 주둥이를 보니 그런 생각도 사라진다. 나를 원망하지 말아
라, 어차피 이곳의 일은 절대 비밀이다. 네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 나간다 해도 죽일 생각이었으니 말
이다.”장항은 구잔월의 말에 그 속뜻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일이 결국 거
짓이라는 사실을 내가 발설하고 다닌다면 무림맹과 천왕성이 입는 명예의 실추는 커다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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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신은 천하 제일의 정보와 인원을 가지고 있는 개방의 소방주다. 그런 자신이 그렇게 한다면
그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 손해는 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잔월
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이제는 살인멸구라, 기가 찰 노릇이군 언제 이렇게 무림맹이나 천
왕성이 소인배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지? 정말 우스운 일이야.””말을 삼가라, 장항. 네가 개방의 소
방주라도 오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장항의 비꼬는 말에 삿갓 밑으로 보이는 구잔월의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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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올라갔다.그가 손짓을 하는 순간 오십 인의 파천단(播遷團)이 싸늘한 한광을 뿌리는 검을 일제
히 뽑아 들었다.”무림은 힘 있는 자의 말이 진실이다.”그렇게 말한 구잔월은 검을 뽑아 들고 초일
을 향해 말했다.”원망은 지옥에 가서 해라.”구잔월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오십 인의 파천단이 초
일과 장항에게 달려들었다.